[현장] 완벽한 유전자를 갖춘 ‘슈퍼 베이비’, 어떻게 볼 것인가? 연극 ‘구토인간’의 물음표

우성 유전자로 이뤄진 ‘슈퍼 베이비’에 대한 다섯 명의 코믹 난상 토론

백진호 기자 | 기사입력 2021/04/10 [21:45]

[현장] 완벽한 유전자를 갖춘 ‘슈퍼 베이비’, 어떻게 볼 것인가? 연극 ‘구토인간’의 물음표

우성 유전자로 이뤄진 ‘슈퍼 베이비’에 대한 다섯 명의 코믹 난상 토론

백진호 기자 | 입력 : 2021/04/10 [21:45]

▲ 연극 '구토인간'의 출연 배우들, 공연은 낭독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 제공=드림시어터컴퍼니

 

영화 ‘가타카’(1998)는 유전자를 조작해 ‘우성 인자’를 가진 아이를 낳는 시대를 그린다. 영화를 보면서 SF 영화의 상상력이라고 치부해 넘어갈 수도 있지만, 이제는 영화 속 내용과 세계관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듯하다. 유전자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가 탄생하면서, 영화 속 이야기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전자에서 좋은 부분만 선택해 생명체를 구성하면 개인과 세상 모두 행복할 것만 같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간단하지 않듯, 이 역시 쉽게 생각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유전자에 손을 대는 행위가 다양한 관점, 이슈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문제도 다른 사회적 이슈처럼 논의와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한 편의 흥미로운 연극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바로 ‘구(십분)토(론)인간’(작/연출 정형석)이다. ‘구토인간’은 SF 장르 연극 축제인 ‘제6회 SF연극제’의 주요 작품으로, ‘드림시어터컴퍼니’가 제작했다. 4월 9일부터 11일까지 소극장 혜화당에서 공연이 이뤄지는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낭독 형식으로 진행된다. 

 

연극의 시간적 배경은 2029년이다. 한 민간의료기업에서 우성 인자만을 갖춘 ‘슈퍼 베이비’를 만들고 있었는데, 내부고발자에 의해 극비리에 진행되던 프로젝트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만다. 이에 사회에서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급기야 유명 토론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된다.

 

▲ 연극 '구토인간'의 출연 배우들, 공연은 낭독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슈퍼 베이비’ 프로젝트 찬반 토론에 나선 사람은 진행자 공정희(송다원 분) 외에 5명이다. 전직 국회의원 ‘김권충’(이성원 분), 참가정협회장 ‘조신해’(이선영 분), 여성운동가 ‘여권자’(김다솜 분), 작가 ‘이상만’(신정만 분), 건강기능식품 대표 ‘박보건’(신나라 분)이다. 이 중 김권충과 조신해·박보건은 프로젝트 옹호론자이며, 여권자와 이상만은 반대 입장을 보인다.

 

이들의 찬반 논리는 경제적·기술적·정치적·윤리적·철학적 관점에 기초한다. 패널들은 여러 관점 중 본인이 중시하는 가치를 내세우면서 의견을 밝힌다. 이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주제에 관한 자신의 주요 관점이 무엇인지, 이에 근거했을 때 찬성과 반대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패널들의 논리가 무거워 보이지만, 토론의 과정은 가벼운 동시에 유쾌하다. 이들은 건전한 토론보다 상대 패널을 비꼬는 데 집중한다. 또 본질을 벗어난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서 비웃음을 자초한다. 비현실적인 해결책을 던지고, 자신의 욕망만을 앞세우는 모습도 보여준다. 게다가 상대에 대한 고성과 삿대질까지 서슴지 않는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같지 않은가? 이러한 연출은 관객들에게 유쾌함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현실을 돌아보도록 한다.

 

앞서 작품이 낭독 형식으로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배우들은 자신의 대사에 애드리브를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 낭독 형식의 장점을 살린 것인데, 배우들의 애드리브에는 한국 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와 세대·계층 간 첨예한 갈등 주제가 녹아 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배우의 재치에 웃고 감탄하면서, 현재의 우리 사회와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다.

 

한편 ‘구토인간’의 부제는 ‘슈퍼베이비의 탄생, 축복인가 재앙인가’이다. 부제를 통해 SF 연극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첨단과학기술 이슈에 대한 관객의 생각을 묻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비약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시의적절한 물음이다. 만약 해당 질문에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혹은 나의 생각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연극 ‘구토인간’을 보면서 보다 깊은 사유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미디어문화협회 이훈희 회장이 기획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등장인물들  © 제공=드림시어터컴퍼니

 

▲ 토론 중 리액션을 보여주는 등장인물들  © 제공=드림시어터컴퍼니

 

[공연정보]

공연명: 제6회 SF연극제 낭독극전(구십분 토론 인간-슈퍼베이비의 탄생, 축복인가 재앙인가)

제작: 드림시어터컴퍼니

작/연출: 정형석

각색: 김이든·정형석

장소: 소극장 혜화당

일시: 2021년 4월 9일(금)~4월 11일(일)

출연: 이성원, 이선영, 신정만, 이새윤, 라이혜진, 서진혁, 장운식, 신나라, 송다원, 김다솜

 

프로듀서: 김병애

 

무대감독: 허병필

 

기획PD: 이훈희

 

제작PD: 한호정

 

 

[한국미디어문화협회=백진호 기자]

한국미디어문화협회 /
백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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